본문 바로가기

생활정보그램

황순원 소나기 줄거리 내용 결말

반응형

 

황순원 소나기 줄거리 내용 결말

 

황순원 소나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소설이다. 교과서에도 실린 소설이라서 국민 대부분이 좋아하고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써진 소설은 소년과 소녀의 소나기 같은 짧은 사랑을 빗대어 제목을 지었다. 

배경은 농촌이고 계절은 가을로 가장 큰 소설 속에 주요 공간은 바로 개울물이다. 둘은 개울가에서 만남을 갖으면서 서로에게 관심이 가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향토성을 느끼면서 직접적인 표현 대신 함축적인 문장으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현대문학의 대표적 작품이다. 보라색 꽃을 소녀가 좋아한다는 표현을 보면 소녀에게 은연중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꽃이 망가지는 것으로 불행을 의미하는 암시가 나오기도 한다. 소녀는 소년과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서 입고 있던 옷을 죽으면 그대로 묻어 달라고 말을 한다. 이 말만 남기고 소설은 끝이 나서 못내 아쉽기도 한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이 재미있고 길지 않은 소설이라서 책을 읽는 듯한 내용으로 길게 담아본것과 간략하게 줄거리를 적어봤다. 스크롤을 쪽 내리면 줄거리를 볼 수 있다. 지금 계절은 여름이지만 오랫만에 소나기를 읽어보니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오르면서 아른한 추억에 잠기게 된다. 황순원 소나기 줄거리와 내용, 결말을 읽어보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황순원 소나기 내용

 

 

개울가에 소녀가 앉아있다. 그 소녀는 윤초씨네 증손녀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울가에 앉아서 계속 물장난을 하고 있다. 개울 기슭에서 놀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서 믈 장난을 하고 있다. 소년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말은 못 하고 그냥 개울 둑에 앉아버린다. 소녀가 비켜주기만 기다린다. 다행히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길을 비켜주자 같이 건너간다. 

 

다음날에는 징검다리에 늦게 갔다. 그날은 소녀가 징검다리에 앉아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소녀의 목덜미가 하얗게 희였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던 소녀는 그냥 물속을 빤히 쳐다만 본다.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을 날쌔게 움켜낸다. 그러다가 소녀는 물속에서 무언가를 하나 집어낸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징검다리를 건너 뛰어갔다. 다 건너가서 휙 돌아서서는 "이 바보" 하면서 조약돌을 던진다. 소년은 벌떡 일어났다. 소녀는 단발머리를 나부끼며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선다. 저쪽 갈밭 머리 길로 소녀가 나타나기를 발돋움을 서면서 소년은 꽤 오랜 시간 소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저쪽 갈밭 머리의 갈꽃이 움직인다. 소녀는 갈꽃을 안고 있었다. 소녀의 머리를 가을볕이 유난히 밝게 비춘다. 갈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소년은 지켜보다가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보았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날 개울가로 나왔지만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었다. 소녀가 계속 몇일동안 보이지 않자 소년은 뭔지 모를 가슴의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는 어떤날, 소녀가 앉아서 놀던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소년은 물속에 손을 넣고 세수를 하였다. 물속에 비친 소년의 검게 그을린 얼굴이 비치자 싫었다. 물을 두 손으로 움키고 움키고.. 그러다가 소년은 깜짝 놀랐다. 바로 소녀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그냥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발이 달리다가 물속으로 빠졌다. 그래도 계속 달렸다. 갈밭으로 몸을 숨기고 싶었지만 이쪽은 메밀밭이다. 유난히 메밀의 향이 코를 찌른다고 생각했다. 미간이 아찔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코피였다. 코피를 훔치면서 그냥 달린다. 어디선가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뒤따라 오는 것 같았다.

 


 

 

토요일.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개울가 건너편가에 앉아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채 징검다리를 건너는 체했다.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넌다. 그러다가 "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못 들은 척했다. "얘~ 이게 무슨 조개지?" 하는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소년은 돌아섰다. 소녀의 맑은 검은 눈과 마주친다. 얼른 소녀의 손바닥으로 눈길을 돌린다. "비단조개" 소년은 대답한다. 소녀는 이름도 곱다며 말을 한다. 소녀와 함께 갈림길에 왔다.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작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리 가까운 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너머에 가본 적 있니?" 하고 소년에게 묻는다. "없다" 소년은 대답한다. 소녀는 "우리 가보자"하며 소년에게 제안한다. "저래뵈도 멀다" 하며 소년은 말한다. "멀면 얼마나 멀기에~서울에 있을 땐 사뭇 먼데까지 소풍 갔었다"하며 소녀는 말했다. 논 사잇길로 들어서자  허수아비가 보여서 줄을 당긴다. 참새가 후드득 날아가는 걸 보니 집에 일찍 가서 도와야 된다고 생각이 든다. 소녀도 같이 허수아비를 흔든다. 소녀는 허수아비가 있는 곳으로 달린다. 소년도 집에 가야 된다는 생각은 접어버리고 소녀의 곁을 스쳐 마냥 달린다. 한껏 갠 가을 하늘이 맴돈다. 어지럽다. 저 놈은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돌기 때문일 것이다. 

 

 

 

 

소녀와 함께 산 밑까지 다다른다. 원두막이 보이자 저곳이 뭐냐고 묻는다. 소년은 원두막이라고 대답한다. 여기 참외가 맛있냐고 물어본다. "그럼~ 맛있다. 수박맛은 더 맛 좋다." 소년은 대답한다. "하나 먹어봤으면" 소녀가 말한다. 소년이 참외밭에 심어놓은 무밭으로 가서 무 두 그루를 뽑아온다. 소녀에게 대강이를 베어 문 다음 우적 깨물어서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녀도 따라먹어본다. 그러자 소녀는 세입도 못 먹고 맵고 지리다고 뱉어서 내버린다. 소년도 마찬가지로 맛없어 못 먹겠다고 무를 더 멀리 팽개쳐 버린다.

 

 

소녀는 단풍이 든 산으로 달려간다. 소녀보다 소년은 꽃을 많이 꺾는다. 들국화, 싸리꽃, 도라지꽃... 소년은 소녀에게 꽃을 보여주며 이름을 알려준다.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쁠줄 몰랐네... 난 보랏빛 꽃이 좋아..."이렇게 소녀는 대답한다.

소년은 다시 싱싱한 꽃가지를 꺾어서 소녀에게 건내준다. 그러나 소녀는 "하나도 버리지 마라"하면서 산마루께로 올라간다. 누가 말할 것도 아닌데 바위에 둘이 걸터앉았다. 소녀는 "저건 또 무슨 꽃이지?" 하며 물어본다. 비탈길에 칡덩굴이 얽혀 있었다. 저 꽃을 보니까 서울 학교에서 같이 놀던 동무가 생각나다고 한다. 소녀는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꽃송이가 많이 달린 줄기를 잡고 끊기 시작한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안감힘을 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소년이 달려가서 손을 잡아 이끌어주었다. 소년은 자기가 꺾어다 줄걸 그랬다고 뉘우친다. 소녀의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맺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생채기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 나서 저쪽으로 휙 뛰어간다. "이걸 바르면 낫는다" 송진을 생채기에다가 문질러 발라준다. 그다음으로 칡덩굴 있는 대로 달려가서 꽃이 많이 달린 몇 줄기를 이빨로 끊어온다. 그리고는 둘은 송아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소년이 송아지 등을 긁어주는 척하다가 훌쩍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 거리며 돌아갔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래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너희 여기서 뭐하니?" 농부가 묻는다. 소년은 혼날까 봐 다시 훌쩍 내려온다. 농부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고 "어서 집으로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하고 말을 한다.

 

 

 

 

먹구름 하나가 머리위에 있다. 갑자기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빗방울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은 빗줄기.. 눈앞에 원두막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비를 피해 본다. 원두막은 기울어졌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졌다. 그런대로 비가 덜 새는 곳으로 소녀를 앉힌다. 소녀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서 소녀의 어깨를 싸주었다. 소녀는 한번 쳐다볼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가지고 온 꽃 중에 일그러진 꽃을 골라 발밑으로 버린다. 소녀가 앉은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수수 밭쪽으로 달린다. 세워놓은 수수 단속을 비집어보고 옆의 수수단을 날라다 덧새운다. 이쪽을 향해 소녀에게 손짓을 한다. 소녀는 수수 단속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다행히 비는 새지 않았다. 어둡고 좁기만 했다. 앞에 앉은 소년은 비를 맞아야 했다. 소년의 어깨에는 김이 서렸다. 소녀가 이리 들어와서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소년은 들어가서 앉았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앉고 있던 꽃묶음이 망쳐졌다. 그러나 소년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소란하던 빗소리가 그쳐 간다. 밝이 밝았다. 햇빛이 다시 눈부시게 비춘다. 다시 도랑에까지 오니까 물이 엄청 불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은 소녀를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그 뒤로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매일 개울가로 와도 볼 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볼 수 없었다. 남몰래 5학년 여자아이 반을 옅보기도 했다. 그러나 볼 수 없었다.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흰 조약돌만 만지작 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쪽 개울목에 소녀가 앉아있는 게 아닌가.. 소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앓았다" 소녀의 모습이 헬슥해져 있었다. "그날 소나기 맞은 탓이겠다" 소년은 대답했다. 소녀는 가만히 끄덕였다. "이제 다 낫어?" 소년은 묻는다. 소녀는 대답한다. "아직도.." 소년은 "그럼 누워있어야지"하고 말한다. 소녀는 "하도 답답해서 나왔다. 그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워지지 않는다"하며 소녀는 소년에게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보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들어있었다. "이게 무슨 물 같니?" 하고 소녀는 물어본다.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냈다. 그날 도랑을 건너면서 내가 업힌 일 있지? 그때 니 등에서 옮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오늘 우리 집에서 대추를 땄다. 내일 제사 지내려고 한다면서 대추 한 줌을 내준다. 소년은 주춤하다가 두 손을 내어 "참 알도 굵다" 하면서 받는다. "그리고 우리 제사 지내고 나서 좀 있다 이사 간다"라고 소녀가 말한다. 소년은 이미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윤초시네 아들이 사업에 실패해서 고향에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고향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될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난 이사 가는 게 싫어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지만.."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함이 비춘다. 소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녀가 이사를 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자기가 씹고 있는 대추가 단지 쓴 지 느낄 수가 없었다.

 

 

소년은 이날밤 몰래 덕수네 할아버지 밭으로 갔다. 낮에 봐 두었던 나무에 올라갔다. 나뭇가지를 때려 호두를 떨어트렸다. 소리가 제법 커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것도 잠시 호두가 많이 떨어지길 바라며 작대기를 계속 내리쳤다. 돌아오는 길에 불룩한 호두를 담은 주머니가 든든했다. 근동에서 제일가는 덕수의 할아버지 호두를 소녀에게 얼른 맛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을 했다. 이사 가기 전에 한번 몸이 좋아지면 개울가로 나와달라는 말을 못 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것.. 바보 같은 것...

 


 

 

이튿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나들이 옷으로 갈아입고 닭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어디 가시냐고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도 없이 "이만하면 될까?" 어머니에게 묻기만 한다. 소년은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어디 가시냐고 물었다. "저 서당골 윤초시네 집에 가신다. 제사상이라도 넣으시라고..." 그러자 소년은 저 큰 닭으로 가져가지 그런다..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간다. 어른들 말로는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고 한다. 거기 가서는 조그만 가게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의 호두알을 만지작 거리며 갈꽃을 꺾는다. 

그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만 한다. '내일 소녀가 이사 가는 걸 가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허.. 참.. 세상일도.. " 아버지가 언제 돌아오셨는지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윤초시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고 대대로 살아온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다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어머니가 "증손이라고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죠.?",  "그렇지 사내둘은 어릴 때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이번엔 꽤 여러 날 앓았는데 약도 제대로 못써봤다는군.. 지금 같아선 윤초시네도 대가 끊긴 것이지. 그런데 이번 계집은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간략한 황순원 소나기 줄거리

 

개울물에 앉아 있는 소녀는 윤초시네 손녀이다. 소년은 소녀가 앉아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못 하고 계속 소녀가 비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날에도 소녀가 개울물에 앉아있다. 소년은 또 소녀에게 비키라는 말을 못하고 개울물에 앉아 있다. 소녀는 개울물에서 세수도 하고 놀다가 조약돌 하나를 집는다. 개울물을 깡총 건너가던 소녀는 뒤를 휙 돌아보곤 소년에게 "이 바보" 하면서 조약돌을 던진다. 소년은 조약돌을 바라보다가 주머니에 넣는다. 

소년은 며칠 동안 소녀가 보이지 않자 허전함이 생긴다. 주머니에 조약돌을 가지고 다니면서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날 개울가에 소녀가 앉았던 자리에서 소년은 세수를 하며 까맣게 그을린 자신의 얼굴을 개울물에 비춰본다. 그 얼굴이 싫어서 물을 움켜쥐고 있는데 그때 소녀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소년은 너무 챙피해서 손살같이 도망간다. 메밀밭에서 코피가 나는줄도 모른채로 무조건 달린다..

 

 

몇일동안 소녀를 보기 창피했다. 그날도 소녀가 개울물에 앉아 있었다. 소년은 이번엔 그냥 무심코 건너던 것처럼 조심조심 개울물을 건넌다. 소녀는 소년에게 조개 이름을 물어본다. 소년은 비단조개라고 소녀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서로 말문을 튼 두 아이들은 소녀가 저 산너머에 가본 적 있느냐고 소년에게 묻는다. 꽤 먼 거리라고 소녀에게 말해도 소녀는 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집에 일찍 가서 도와야 하지만 소년은 소녀와 함께 산너머로 가본다. 둘은 허수아비를 가지고 흔들어보기도 하고 예쁜 꽃도 따 보고 원두막에 들려 맛없는 무도 먹어본다. 송아지가 보여 송아지 등에 올라타 본 소년은 소녀에게 자랑삼아 보이기도 한다. 농부가 소나기가 올 것 같다고 얼른 집으로 가라고 한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맑았던 가을 하늘이 보랏빛으로 어두워진다. 금방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낡은 원두막으로 몸을 피했지만 소녀는 비를 계속 맞는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은 수수단을 세워서 소녀에게 비를 피할 자리를 마련한다. 소년과 소녀는 수수단 속에서 잠시나마 비를 피한다. 비가 그치고 개울물을 건너야 하는데 물이 불어서 징검다리를 쉽게 건널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소년이 소녀를 업어서 징검다리를 건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소녀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소년은 개울가도 가보고 학교에 가서 몰래 5학년 여자반을 훔쳐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개울물에 앉아 있었다. 소녀는 소년을 보고 어디서 묻었는지 분홍 스웨터에 물이 들었다고 했다. 그 물이 바로 개울물을 업어서 건넜던 날 소년의 등에서 옮은 물이라고 했다. 소년은 낯이 뜨거워졌다. 소녀는 제사 지내고 난 뒤 이사를 간다고 전한다. 그날 소년은 소녀가 이사 간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호두를 따러 밤에 몰래 호두나무에 올라서 굵은 호두를 땄다. 주머니에 담아서 소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제삿날 닭 한 마리를 가지고 윤초시네로 아버지가 가셨다. 소녀에게 이사 가기 전에 몸이 괜찮아지면 개울물에서 보자는 말을 못 한 게 소년은 못내 아쉽다. 그날 밤 소년은 잠이 스르륵 들었는데 윤초시네 가셨던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어머니와 하는 대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윤초시댁 손녀가 죽었다는 말과 어린것이 죽기 전에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응형